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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 병원이 무서워

단기로 미국에 머물거나 혹은 매년 한국에 방문하는 학생들은 웬만한 병원일은 한국에서 처리한다. 한국까지 가서 병원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험비 때문일 것이다. 한국 보험사의 해외유학보험의 경우, 산재 보험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외 생활을 하며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 별로 유용하지 않다. 아무리 젊은 청년들이라 크게 아플 일이 없다고 하지만 되도록이면 미국 보험사를 통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보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막상 미국 병원을 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미국과 한국의 병원과 보험 시스템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디덕터블 Deductible이니 코페이 Co-pay니 하는 복잡한 보험 용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서 도대체 내가 병원비로 얼마를 내야 하는 건데?' 이것이 정말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미국은 나중에 청구서가 나와야 내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복잡한 보험 약관을 (그것도 영어로!) 읽고 있자면... 아~ 몰라! 그냥 이번 겨울에 한국 가서 싹~ 진료받고 올래! 하게 된다.

 

대략적으로 미국에서 병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보험 회사를 정하고, 내게 맞는 플랜 Plan을 선택한다. (출산 등 병원비 지출이 클 것 같은 시기에는 무조건 제일 비싼 걸로 선택한다.) → 내 보험으로 커버되는 네트워크 network에서 우리 집에 가장 가까운 클리닉 Clinic을 알아본다 → 이곳 의사 중 마음에 드는 의사를 PCP(Personal Care Provider, 주치의)로 선택한다. 보통 성인은 내과/가정의학과, 아이는 소아과 의사를 선택. → 예방접종을 맞거나 어디 아프거나 해서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내가 찜한 클리닉으로 전화를 한다. → 클리닉 리셉셔니스트 Receptionist가 전화를 받는다. 그럼 내가 뭘 원하는지 이야기해준다. → 리셉셔니스트는 해당 부서의 간호사에게 연결을 해준다. 다시 내가 뭘 원하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이야기해준다. → 간호사가 의사와 이야기를 한 후, 다시 연락을 주거나 혹은 스케줄을 잡아준다. → 3주 후가 됐든, 한 달 후가 되었든 기다렸다가 가면 된다. 

 


 

자, 앞서 이야기한 모든 장벽과 어려움을 뛰어넘고 드디어!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이건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다 ㅠㅠ 하지만 의사를 무사히 만났다고 해서 모든 장벽을 뛰어넘은 것은 아니다. 바로 언어의 장벽이 남아있지 않는가!

 

나는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대화 중 내가 의학용어 한두 개 이해 못한다고 해서 전체 문진을 전화통역 서비스로 진행하고 싶어 하는 의사나 간호사는 없었다. 전화통역의 단점은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만 통역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전체 내용을 모두 통역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서로 대화가 된다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임신을 하면서 한 달에 한번, 2주에 한번, 그리고 막달에는 매주 정기검진을 받았고, 클리닉 Clinic에서의 검진은 모두 통역 없이 진행하였다. 산부인과에서 나를 담당하였던 주치의와 간호사는 영어를 제 2 외국어로 사용하는 환자들을 많이 상대해서인지 많이 배려해주어 큰 무리가 없이 출산하고 산후 검진까지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당황하는 경우도 생긴다. 바로 의학 용어를 못 알아들어서이다.

 

간호사 : 너 혈우병(hemophilia) 있니? 
나 : 그게 뭐야? 
간호사 : 너 이렇게 (손가락으로 팔을 긋는 시늉을 하며) 살이 잘리면 피가 나냐고. 
나 : 응! 당연히 나지! (피 안 나면 큰일 나! @,.@) 
간호사 : 아니 이렇게 살이 잘리면 피가 많이 나냐고.
나 : 응! 당연하지! (피가 안나는 병도 있나?) 
간호사 : 아니 이렇게 살이 잘리면 피가 많~~~~이 나냐고. 
나 : (아. 피가 안 멈추는 혈우병 말하나 보다.) 아! 나 그런 거 없어!

 

이런 의학 용어를 못 알아듣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다. 단순히 의학용어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주 직접적이고 1차원적인 수준의 표현과 어휘를 구사하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같은 말이지만 조금 세련되게... 혹은 돌려서 말하는 그런 센스가 영어로는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제왕절개 수술한 바로 다음 주, 의사를 만났을 때 일어난 일이다. 한국어로는 '나 지난주에 큰 일을 봤어'라던지 '나 지난주에 대변을 보았어' 등 예쁘게 어른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로는 그게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의사표현을 해야 하니 아주 원초적으로 의사에게 '나 지난주에 2번이나 똥 쌌어!'라고 말해버렸다. '그뤠잇~!'을 외치는 의사 앞에서 어찌나 부끄럽던지... 나이 서른 먹어서 똥 잘 쌌다고 칭찬 듣기는 처음이었다.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한인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병원도 있고, 또 그런 지역이 아니어라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전화 통역이나 방문 통역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니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타지에서 아프면 더 서러우니까 꼭 제때 치료를 받자~

 

[미국 보험 개념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

필요한 분은 참고하세요~

https://mangosugars.com/336

 

초보자를 위한 미국 보험 및 병원 이용방법

내가 살고 있는 캠퍼스의 약대 학생들이 보험에 대한 설명회를 해주었다. 사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면서 대강 미국 보험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는데 좀더 확실하게 정리해보고 싶어 설명회에 다녀왔다.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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