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특히 그 염세적이고 실존주의적인 철학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런 헤밍웨이가 어렸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헤밍웨이의 생가에 다녀온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특별히 인디안 캠프 Indian Camp 등 헤밍웨이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닉 아담스 Nick Adams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들려볼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Ernest Hemingway Boyhood Home 

주소: 600 N Kenilworth Ave, Oak Park, IL 60302


[헤밍웨이 생가 전경]


헤밍웨이는 일리노이주 오크파크 Oak Park에서 태어났답니다. 이 곳은 프로테스탄트의 부유한 사람들이 살았던 지역인데요. 헤밍웨이는 이 곳을 "넓은 평야에 사는 속좁은 사람들 wide lawns and narrow minds"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여성 편력이 심하고, 술을 좋아했던 방탕한(?) 헤밍웨이에게는 갑갑하게 느껴졌을 법 합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다시피 헤밍웨이는 매~우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안 내부에는 곳곳에서 사냥과 낚시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삼촌의 전리품을 볼 수 있습니다. 


[미시간에서 낚시를 하는 헤밍웨이, 출처 : tampabay]

헤밍웨이도 가족의 영향을 받아 사냥과 낚시를 매우 좋아했지요. 그의 자전적 단편소설인 큰 두 갈래의 강 Big Two-Hearted River 등에서 잘 나타납니다.


... 그런데 이 메추라기 고장에 들어서자 닉이 어렸을 때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다. 닉은 아버지께 감사한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낚시와 사냥이었다. ... 이제 닉은 38세가 되었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와 처음 낚시와 사냥을 갔을 때 만큼 여전히 낚시와 정확한 사냥을 좋아한다. - 아버지들과 아들들, 헤밍웨이. 

... but the quail country made him remember him as he was when Nick was a boy and he was very grateful to him for two thing: fishing and shooting. ... and now, at thirty-eight, he loved to fish and to shoot exactly as much as when he first had gone with his father. - Fathers and Sons, E. Hemingway


[헤밍웨이 아버지의 물건]

아버지와 아들 Fathers and Sons, 인디언 캠프 Indian Camp, 의사와 의사 부인 The Doctor and the Doctor's Wife 등 여러 닉 아담스 Nick Adams 이야기에 등장하는 헤밍웨이 아버지의 방입니다. 의사였던 헤밍웨이의 아버지가 연구목적으로 사용한 뼈, 왕진에 사용한 가방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헤밍웨이의 아버지는 인디언들을 냉정하게 대하는 차가운 백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 아빠, 이 인디언 산모가 고통스럽지 않도록 줄 수 있는게 있나요?" 닉이 물었다. "아니, 마취제 안가지고 왔어." 아버지가 말했다. "저 여성의 비명은 중요한게 아니란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내게는 들리지 않지." - 인디언 캠프, 헤밍웨이, 번역 : 망고댁

"Oh, Daddy, can't you give her something to make her stop screaming?" asked Nick. "No. I haven't any anaesthetic," his father said. "But her screams are not important. I don't hear them because they are not important." - Indian Camp, E. Hemingway


[헤밍웨이와 그의 형제들의 장난감]


이 사진은 헤밍웨이 방의 일부입니다. 장난감 키트와 함께 인디언 인형이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헤밍웨이의 아버지는 인디언 캠프를 방문하며 접촉을 하였고, 그 영향으로 헤밍웨이 형제들이 이런 인디언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고 합니다. 인디언 캠프 외에 텐 인디언 Ten Indians, 아버지와 아들 Fathers and Sons 등 여러 소설에 인디언들이 자주 등장을 하지요.


부엌


다이닝 룸


저는 이 부엌과 다이닝 룸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헤밍웨이는 미식가로 유명한데, 역시 가정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 다이닝 룸에서는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교양있게 음식을 즐겼다고 합니다.


무기여 잘있거라에서도 참 쌩뚱맞게 스파게티 먹는 장면이 엄~청 자세하고 길게 표현되어있죠. 큰 두 갈래의 강 Big Two-Hearted River의 파트1을 보면 단편 소설에 통조림 캔 하나씩 까서 끓여서 먹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마지막에 커피까지 야무지게 끓여마시고는 소설이 끝납니다. 그는 정말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물론 헤밍웨이는 이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을 뿐, 작품활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닉 아담스 Nick Adams가 등장하는 자전적 단편소설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의미있는 방문이 될 것 같습니다. 헤밍웨이가 종군기자로 일하고, 전쟁에 대한 소설을 쓴 것도 미국 남북전쟁에 참여한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냥, 낚시, 여자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알 수 있지요 ^^ 

원래 겨울방학 때, 키웨스트(Key West)에서 헤밍웨이의 생가를 방문하려고 하였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플로리다 여행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꿩대신 닭으로 시카고 오크 파크(Oak Park)에 위치한 헤밍웨이가 태어난 집을 가보았답니다.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또한 인디언 캠프(Indian Camp) 등 그의 유년시절을 담은 소설을 좋아하신 분이라면 의미있는 방문이 될 것 같네요 ^^

Hemingway Birthplace, 339 N. Oak Park Avenue

홈페이지 : http://www.ehfop.org/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첫번째 집과 스튜디오 역시 오크파크(Oak Park)에 위치해 있으니, 한번에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 집은 헤밍웨이의 할아버지 집으로, 3대가 함께 산 곳이지요. 헤밍웨이는 이 곳에서 약 7년 정도 살았답니다. 


사실 오크팍(Oak Park)은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마을로 이 곳 사람들은 술/여자/사냥 등을 매우 즐기는 헤밍웨이가 이곳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였고, 헤밍웨이는 이 곳 사람들을 "시카고 옆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평야에 사는 속좁은 사람들 wide lawns and narrow minds"이라고 회고하였답니다. 그래서 키웨스트보다 늦게 개발되었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걸까요?




입장료는 성인 $15입니다. 저희가 투어를 마치고 나올 때 한 무리가 들어왔었는데, 일인당 $15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비싸다고 놀래서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더라구요



비용을 지불하면 심플한 뱃지를 주네요.


"Courage is grace under pressure(용기란 압박하의 품위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옷에 착용해서 돈 지불했다는 표시를 하라는 것 같은데 저랑 남편 둘 밖에 없어서 그냥 호주머니에 넣었네요ㅋㅋ 투어는 자원봉사자 가이드와 함께 진행됩니다. 저희에게 설명해주신 자원봉사자 분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셨어요 ^^ 그래서 굉장한 문학적 지식이 있으셨답니다! 저랑 남편 둘만 데리고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어요. 개인과외 수준으로ㅎㅎ 이분 덕분에 저는 돈이 아깝지 않더라구요



가이드의 시작은 헤밍웨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시작됩니다. 음악적인 영향 뿐 아니라, 낚시/사냥을 좋아하는 것까지 모두 가족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헤밍웨이 옆방에 지내던 삼촌 역시 굉장히 술과 여성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과연 4번이나 결혼한 조카를 둔 삼촌 답습니다ㅎㅎ


또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미국 남북 전쟁에 참여하였다고 하니, 헤밍웨이가 종군기자로 일하고, 또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었어요.



헤밍웨이가 태어난 방입니다.



이 곳은 헤밍웨이 부모님의 방인데요.



의사인 아버지가 사용한 문진 가방이나 연구용 뼈들이 보이네요. 인디언 마을에 외진 나갈 때 저런 걸 들고다녔나? 싶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이 곳이 헤밍웨이 남매 방인데요.



방 한쪽의 장난감 키트가 눈에 띕니다. 아버지를 따라 인디언과 접촉이 많아서, 인디언 인형들이 방 곳곳에 있네요.



사냥의 흔적으로 박제가 집안 곳곳에 있습니다.



인디안캠프를 최근에 읽었어서, 이번 방문이 참 재미있었답니다. 소설에서 보았던 헤밍웨이, 아버지, 삼촌의 방도 보고 물건도 보고 말이죠 ^^


단, 통역이 제공되지 않으며, 볼거리에 비해 설명이 길기 때문에 영어가 조금 안되시거나 헤밍웨이에 큰 관심없는 분들은 돈이 아깝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미국 부잣집 보는 정도? 이 곳은 정말 사람마다 선호도가 달라질 것 같네요.



  1. 2015.12.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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