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기 수업으로 바쁜 남편을 대신해 이번 여행의 일정은 내가 많이 준비하게 되었다.

문제는 출발하기 2일 전부터 갑작스럽게 입덧이 시작되어, 꼼꼼하게 더 확인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놓치고 갔다는 것이다.


사실 그 몸으로 짐 싸고 출발한 것만으로도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다.

출발 전날, 부랴부랴 미네아폴리스 공항까지 타려고 했던 메가버스를 취소하고 남편이 운전을 하러 가기로 해서 공항에 주차하는 것 까지 알아봐야했으니 말이다.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호텔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니 저녁 7시 정도가 되었다. 피곤했지만 숙소에만 있기에는 애매하기도 해서 지하철을 타고 나가보기로 했다.




원래는 필라델피아에서 1일 패스권을 사려고 했는데,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여 우편으로 받아야한다고 해서 포기하고 그냥 갔다.

어차피 2일 정도 일정이니 말이다.


사람들을 보니 저 개찰구에 토큰을 넣고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역 안에 있는 토큰 기계에 갔다. 기계는 고장났다.

다시 개찰구로 가서 서성이니 화가 난 표정의 역무원이 "나는 토큰 안팔아!"라고 써있는 종이를 들어보인다. 말이라도 걸었다가는 한대 칠 기세였다.

다시 토큰 기계로 가서 시도해보지만 역시나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개찰구와 토큰 기계를 서성이는 우리 부부에게 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아저씨 : 너네 토큰있니?

우리 : 아니요. 기계에서 사려고 했는데 잘 안되요.

아저씨 : 그렇구나. 여기 토큰기계 고장나서 원래 안돼.

우리 : ㅡ,.ㅡ)

아저씨 : 어디까지 가니?

우리 : 차이나타운에 저녁 먹으러 갈꺼에요.

아저씨 : 너네 잔돈은 있니? 일단 현금을 내고 타렴. 

우리 : (가지고 있는 잔돈을 꺼내보였다.)

아저씨 : 저 여자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아. 손해지만 어쩔 수 없어. 너희가 지금 가는 곳은 큰 역이니 저녁이지만 토큰을 구입할 수 있을꺼야. 



그래서 불친절한 역무원 아줌마에게 현금을 주고 우리 둘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까 그 종이의 아랫부분 "나는 거슬름돈을 주지 않아!" 를 가르켰다.

알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하고 들어갔다.


아저씨와는 차이나타운까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유펜의 교직원이었다. 나와 남편이 9월에 입학하는 유펜 신입생인줄 알고 도움을 준 것이었다. 15분간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고 이동하며 아저씨는 우리에게 차이나타운과 필라델피아를 관광하는 핵심 내용을 전해주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불친절했던 사람과 가장 친절했던 사람을 동시에 만난 저녁이었다.




토큰은 많이 살 수록 저렴하다. 토큰 기계에서 여러개 산 뒤 한번 탈 대마다 개찰구에 넣고 타면 된다. 


* 토큰은 현찰로 구매하며 기계도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