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점령기의 스위스 취리히와 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니라, 사랑 안에 정치, 니체의 사상, 오이디푸스 신화, 성경적 배경, 철학 등 소설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보통 작가의 생각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지만, 밀란 쿤데라는 직접 자신의 사변을 전달한다. 또한 '토마시의 아들 이름은 그래 Simon으로 하지' 이런 식으로 소설의 인물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며 작가가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인물의 외모에 대한 묘사를 전혀 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머릿 속으로 소설의 내용을 상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의 유럽 시대상도 전혀 모르는데다가 말이다. 결국 중간에 영화를 찾아 보았다.

 

영화를 찾아본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잘 모르는 개념과 시대적 배경은 구글 검색을 하면서 읽었고 작가는 이야기를 자꾸 앞으로 되돌리기까지 했다.

 

 

가벼움(Lightness)? 무거움(Weight)?

 

우리에게 운명이 정해져있을까? 우리가 지켜야할 신념과 가치관이 있는 것일까? 인생에서 우리가 해야할 임무가 있을까? 인생은 이러한 무거움일까 아니면 이런 운명/신념/의무가 없는 가벼움일까? 작가는 각각 가벼움과 무거움을 나타내는 4명의 등장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다.

 

 

Tomas(가벼움)-Terreza(무거움)

 

의사인 토마시는 "수술(Surgeon)""여성(Women)"에 대한 열정이 있는 남자이다. 잘 나가는 수술 전문의이며, 약 200여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은 바람둥이이다. Sex만 할 뿐, 결코 함께 잠을 자지 않는 쿨한 나쁜 남자이다.

 

가벼움 그 자체인 토마시는 무거움을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

 

잘 나가는 전문의, 토마시

 

'Es Muss Sein'

It must be라는 의미로,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벗어날 수 없고 이를 견뎌야한다는 것이다.

 

첫 'Es Muss Sein'이 등장하는 것은 토마시가 테레자를 만나기 위해 프라하로 갈 때이다. 그 사랑은 고통스럽고 희망이 없었지만, 토마시는 그의 운명인 테레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는 오이디푸스 기사와 관련된 일이다. 전후사정이 어찌되었든 그는 러시아에 반하는 그 기사를 받아들였고, 의사가 아닌 유리닦기 일을 하게 된다.

 

그는 수술과 여성을 포기하며 무거움을 선택하게 된다.

  


테레자에게 가는 토마시

 

 

유리닦기 일을 하는 동안에도 주부들과 숱한 관계를 가진 토마시는 결국 테레자의 의견을 따라 아무 유혹이 없는 시골로 가게 되며, 트럭 운전일을 하게 된다.

 

  


테레자,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 군 등 그녀가 사진의 주제 역시 무겁다

 

 

 

테레자는 웨이트리스 출신 사진사이다. 토마시의 머리카락에서 다른 여성의 성기 냄새를 맡기도 하고, 괴로운 꿈을 꾸는 등 토마시의 여성 관계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그녀는 러시아 정부와 토마시의 여성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골로 떠나자고 토마시를 설득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움으로 일관하는 테레자는 소설의 끝에서 토마시의 가벼움을 이해한다. 테레자는 늙은 트럭 운전사가 된 토마시에게 죄책감을 갖는다.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 거야!"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는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는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토마시는 행복했고 무거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Sabina(가벼움)-Franz(무거움)

 


 

'키치(Kitsh)'

두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키치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저속한 것'이라는 뜻으로 '정통에 대한 이단, 진짜에 대한 가치'를 의미한다. 예술에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작가는 소설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한다. 사비나는 스스로를 키치의 적이라고 하지만, 프란츠는 키치를 희망한다.

 


사비나는 체코 화가로 가벼움을 나타내는 인물이다. 사비나를 사랑한 대학교수, 프란츠가 부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사비나에게 찾아온다. 하지만 사비나는 홀연히 그를 떠나버리며, 소설 후반부에 미국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사비나를 볼 수 있다. 그녀는 가벼움 아래에서 죽기를 소망한다.


사비나와 중산모자

 

사비나는 개인주의, 미(Beauty), 배신 등으로 키치를 반한다. 하지만 무거움을 거절하는 그녀가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오는 중산모자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아이러니하다.

 


 

프란츠는 캄보디아인들을 위한 대장정(the Grand March)를 떠난다.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는 장정(March)를 통해 그는 무거움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캄보디아에 입국도 못하고 돌아서게 되고, 대장정은 실패로 끝난다. 프란츠 역시 삶이란 참을 수 없이 가볍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가벼움(Lightness)? 무거움(Weight)?

 

소설의 끝에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시간은 순환적으로 흐르고, 사건들은 무한히 반복된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반복에서 나오고, 이 반복은 영원회귀의 핵심이며, 이 영원회귀는 무거움(Weight)을 준다. 이러한 무거움은 테레자와 프란츠라는 인물 외에, 테레자의 과거로 돌아가는 꿈, 계속해서 반복되어온 장정(March), 중산모자 등을 통해 나타난다.

 

쿤데라는 니체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한다.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며, 우리의 삶은 한번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것을 경험하지 않으며, 사건들은 반복되지 않는다. 삶은 무거운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이다. 의무라는 것은 없다는 토마시, 대장정에 실패한 프란츠 등을 통해 삶이 가볍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인생의 가벼움을 말하기 위해 아주 무거운 소설을 쓴 밀란 쿤데라. 읽기 쉽지는 않았지만 많은 소설 기법을 볼 수 있었고, 또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