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검색으로 들어오는 유입 단어 1위가 바로 미국 산후조리더라구요. 미국에서 아이를 낳으시는 분들은 모두 걱정하는 것이 첫번째가 의료비(보험)이고, 두번째가 바로 산후조리이죠.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출산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써보기로 했답니다.


미국 사람들도 당연히 아기 낳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병원에서도 최소 2~6주는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단지 그게 한국식이 아니라는거죠. 미역국을 솥으로 끓여먹는다던지, 보약을 지어먹는다던지, 3주 동안 바깥 출입을 안한다던지 말이에요. 보통 가족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고, 산후조리원이나 따로 산모나 신생아를 전문으로 도와주는 산후관리사 같은 서비스는 없습니다. 


미국에서 아기를 낳는 분들은 90% 어머니들이 한국에서 와서 도와십니다. 물론 뉴욕주나 LA 같은 한인이 많은 곳에는 산후조리를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구요. LA는 산후조리원도 있다더군요! (부러워요!) 안타깝게도 제가 사는 곳에는 풀타임으로 산후조리 일을 하시는 분은 아예 안계셨답니다.


그럼 저같이 한인 없는 미국 중부 한가운데 사는데 부모님이 바쁜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1. 타주 또는 한국에서 전문 산후도우미를 모셔온다. (3주에 4천불 정도 듬. 비행기값은 별도. 입주해야하니 별도의 방을 내어드려야 함.)

2. 남편을 시킨다.


저희는 가성비가 훌륭한 남편이 몸으로 떼워주기로 했습니다. 남편도 아기를 낳을 때까지는 열의에 가득차있었죠. 본인이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아기도 돌보고 다 할수 있다고 열심히 산모수업을 들으며 파이팅이 넘쳤습니다. 단, 요리에는 자신이 없어해서 저희 지역에 사시는 한국분이 일주일에 2~3번 오셔서 음식만 해주시기로 했구요. 사실 저는 남편이 좀 못미덥긴 했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기와 1주일 모자동실을 하니까 이게 남편과 둘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군요. 특히 남편은 학기 중이라 딱 1주일 휴가를 받은 상태로 퇴원하자마자 발표 준비, 성적 매기기, 수업 등 너무나도 바쁜 상태였구요. 그 일을 하면서 집안일, 신생아 돌보기를 해주기가 너무 바빴어요. 잠을 아예 안잔다고 해도 불가능한 상태.


아니야! 아니야! 이거 아니야!


그래서 정말 급하게 친한 분들을 섭외했어요. 물론 다들 직장을 다니거나 본인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 한분이 매일 와주실 수는 없고, 세분 정도 이웃분들이 돌아가면서 2~4시간씩 저희 집에 오셨어요. 어떤 분은 주말 오전에 가능하고, 어떤 분은 밤에 2시간씩 가능하고 이런 식이었죠.


정말 오시면 눈코뜰새없이 아주 많은 집안일을 해주고 가셨어요. 아기 빨래, 젖병 소독, 설거지, 빨래, 산모가 먹을 과일 자르기, 쓰레기 버리기 이런걸 매일매일 해주셨구요. 청소기 돌리기, 화장실 청소 같은 건 이따금씩 해달라고 했어요. 음식은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일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기가 수시로 토하고, 기저귀 갈다가 쉬하고 이러니까 빨래도 엄청 나오더라구요. 모유수유해서 거의 제가 아기를 돌봤지만 아기 목욕이나 손톱 잘라주는 것들도 틈틈히 해주시고 ㅠㅠ


산모 먹으라고 언니가 예쁘게 잘라놔준 과일


그럼 남편은 무엇을 했느냐. 위에 나열한 집안일을 사실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남편도 매우 바빴어요. 뭐 아기 보험 등록하고, Birth Certificate 비용 지불하고, 카피 신청하는 등의 일도 처리해야 했구요. 또 장을 거의 매일 봐왔답니다. 특히 제가 입맛이 없어서 두유 사오고, 과일 사오고, 국 끓이거나 요리할 고기 사오구요. 미국 생활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에서는 장보는게 참 큰 일입니다. 


그리고 아기 낳기 전, 준비를 잘 해놨다고 생각했는데 수시로 사야하는 물건들도 생기더라구요. 예를 들어, 뉴본 사이즈 기저귀를 조금 더 사야한다, 산모 수술 부위가 아프니 이부 프로펜을 사와야한다 등. 그 외에 자잘하게 할 일은 왜이렇게 많던지요. 수유하면서 볼 수 있는 자리에 시계를 걸어달라, 몸이 안좋으니 병원에 데려다 달라, 수술부위에 댈 아이스를 만들어와라, 마사지 기계를 여기에 놓아라, 유축기를 세팅해라 등등.


제가 제목을 셀프 산후조리라고 적기는 했는데요. 참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처럼 산후조리원에서 1~2주라도 밤에 푹 자고 나온것도 아니고, 한 분이 아예 살림과 아기를 맡아서 도와주신것이 아니었어서 제가 해야할 일이 많았어요. 어쨌든 아기는 제가 돌봐야했고, 부엌 살림도 조금씩 챙기기는 해야했으니까요.


여름 내내 재우기, 밤중수유, 아기목욕, 손톱자르기 등을 담당한 남편


아기낳고 첫 1주일은 병원에서 보냈고, 그 다음 4주 정도는 이렇게 집안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매일 오셔서 2~4시간씩 도와주시고 가셨어요. 저는 아기 맡기고 샤워를 하기도 하고, 다들 친한 분들이라 수다도 떨며 보냈답니다. 또 아기를 돌보면서 궁금한거 물어보고 그때그때 해결하구요. 그러다보니 점점 아기도 수유텀이 길어지고 제 몸도 추스러지더군요. 이후 7주 정도는 일주일에 2번만 도움을 받았어요. 제 몸도 좋아졌고, 남편이 방학을 하면서 청소기를 돌리거나 빨래 하는 것 등 더 많이 도와주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아기가 80일 정도 될 때까지는 도움을 받았답니다.


여자들은 애낳은 이야기하면 밤을 샌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많나봐요~ 그래도 제 이야기가 어느 분께는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첫 1~2달은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새 아기가 이유식 할 때가 되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이 힘든 육아의 시간들도 나중에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오겠죠?

막달까지만해도 애낳고 1주일이면 몸회복된다고 산후조리는 별거 없다며 태평하던 친정엄마가 갑자기 애 낳을 때 다되니 조급해지셨다. 미역국을 준비해가서 애 낳자마자 바로 먹어야 젖이 돈다, 간호사가 얼음물을 주면 꼭 빨대를 꽂아서 입안으로 물을 꿀꺽 삼켜라, 찬기가 치아에 닿으면 안된다, 양말을 꼭 신고 전기장판을 틀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빼라, 병원에서 애 낳고 바로 샤워하라고 하면 최대한 버텨라 등 수시로 잔소리가 쏟아졌다. 


아마도 미국 산모들은 애 낳고 바로 얼음물을 씹어먹는다던지, 찬물로 샤워를 한다던지, 낳자마자 제발로 걸어서 퇴원을 한다던지... 괴담 수준의 카더라 통신을 그동안 많이 접하셔서 인지, 회사에 몸이 메여 딸이 애 낳는 곳에 와보지 못한 엄마는 잔소리 대마왕이 되었다. (참고로 미국 산모들도 필요하면 휠체어 타고 입/퇴원을 한다.)


나야 한국식으로 지켜보고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 맘대로 야매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 제왕절개 수술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샤워를 하고, 미역국은 먹고 싶은 날만 조금 먹고, 모유수유하다보니 갈증이 많이 나서 시원한 음료도 벌컥벌컥 들이킨다. 하지만 병원에서 알려준 지침을 잘 따르며 지내고 있다. 덩치가 산만한 미국 사람들이라고 산후에 아무 관리를 안하는 것이 아니니 ^^ 이번 포스팅에는 미국 병원에서 가이드해준 산후관리 내용을 적어보려고 한다.


도움을 받아라


사실 산후관리 Postpartum care라는 다소 의학적인 표현보다는 도움을 받는다 Help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미국 할머니들도 딸이 아기를 낳으면 큰 애랑 놀아줘야하고 신생아 돌봐줘야하고 딸이 바쁘니까 도와줘야한다고 비행기타고 딸한테 간다.


임신 후기, 주치의는 첫 2주가 매우 힘들며 이 시기에 산모는 무조건 본인 회복, 모유수유, 아기한테만 전념해야 한다고 다른 집안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 있는지, 없다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내가 파트로 음식 만들어주는 분이랑 집안일 해줄 분 구했다고 하니까 '굿, 굿 Good, Good'한다.


신생아 돌보기 교육은 출생 전에


한국은 산후조리원에서 모유수유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 산후관리사가 와서 아기 목욕시키기 등 태어나고 나서 신생아를 어떻게 돌보는지 배우는 것 같다. 


[출처 : birthinternational]


반면, 미국은 출생 후 보다는 출생 전 부부가 함께 수업을 들으며 배우는 문화이다. 신생아 CPR이나 모유수유 등에 대한 강의는 주로 평일 저녁에 이루어졌는데 부부가 모두 퇴근하고 와서 배우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진다. 


보험회사의 임산부 관리 프로그램의 담당자나 주치의도 내게 산모교실(출산교실) 수업을 듣냐고 물어보고 추천해주었다. 6주간의 출산교실 외에 신생아 CPR과 무료로 진행되는 신생아 목욕 수업등을 남편과 함께 들었다. 과연 한국에도 평일 저녁 7시에 매주 출산수업이 있다면 아빠들이 참석할 수 있을까? 아쉬운 부분이다. (관련글 : 임신 9개월 (35주) : 출산교실 4째주)


건강관리


병원에서 퇴원할 때, 산부인과 의사가 와서 이것저것 퇴원 후 주의해야할 사항 및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는지 설명해주었다.

-임신 기간 동안 먹었던 임산부용 종합비타민을 출산 1달 동안 (모유수유 산모는 모유수유 기간 내내) 먹기

-출산 후 1~2주 동안 서서히 예전 체력으로 회복됨. 피곤하면 무조건 쉬기.

-제왕절개 산모는 2주 동안 운전 금지, 4.5 kg 이상 무게 들지 않기 등.


모유수유


모유수유는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24시간 모자동실이므로 입원 내내 모유수유를 하고, 간호사들이 자세를 잡아주고 도움을 준다. 퇴원 후, 도움이 필요하면 출산병원에서 모유수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료라고 해서 한번 가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5박 6일 빡쎄게 트레이닝 해서인지 문제 없어서 계속 혼자 하는 중.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하루 500 칼로리를 추가로 더 섭취해야함.


산후우울증



사실 가장 많이 신경쓰는 것이 산모의 정신건강이다. 베이비 블루 Baby Blue라는 가벼운 우울증은 출산 후, 1~2주 정도 왔다간다. 식욕이 없거나 눈물이 많이 난다던지 하는데 바로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베이비 블루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다면 산후우울증 Postpartum Depression이 된다.


병원에서 퇴원 안내를 받을 때에도 설명을 들었고, 산전교육을 받을 때도 상당 시간을 할애해서 배운 부분이다. 갑자기 눈물이 많이나거나 해도 놀라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1~2주 안에 이 것이 사라지지 않고 죽고 싶다던지, 아기에게 관심이 안간다던지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드는 산후우울증이 될 경우, 반드시 주치의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받아야한다.


위의 사진은 퇴원하고 10일 정도 후 집으로 날라온 보험회사의 안내물. 산후우울증 자가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일정 점수가 넘으면 주치의에게 연락해 도움을 받아야함.


번외 1. 모유가 모자를 땐?



아파트 옆 동에 사는 미국인 새댁이 가져다 준 모유생성 차이다. 펜넬 Fennel 씨를 주 성분으로 하는데, 펜넬은 한국에서는 고소영이 출산 후 다이어트 용으로 마셔 유명해졌다고 한다. 펜넬 오일이 에스트로겐과 유사 작용을 한다고 하니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맛은 영 별로다. 먹고나서 3시간 정도 있으면 효과가 조금 나타난다. (물론, 그 효과는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정말 수시로 먹어주어야 함.)


한국에서는 젖 돌게 한다고 미역국 사발로 먹기, 돈족 삶아 먹기 등을 하는데... 이거나 저거나 맛으로 먹는 건 아닌 것 같다 @_@);;;


번외 2. 둘라(Doula) vs. 산후관리사?


한국에서는 아기를 낳고나서의 관리에 초점을 두는 반면, 미국에서는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산모를 케어하는 것에 보다 더 집중하는 것 같다. 남편과 함께 들은 출산수업에서도 대부분의 수업은 출산 과정에서 남편이 어떻게 산모를 돕느냐 하는 거였다. 함께 호흡하기라던지 통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마사지를 해준다던지 말이다.


[출처 : birthbootcamp.com]


한국에서 산후에 산모를 돕고 집안일을 해주는 산후도우미를 고용한다면, 이 곳에서는 산모에 따라 진통과 분만 중 도움을 주는 둘라 Doula를 고용한다. 둘라는 한국에는 없는 개념인데, 의료인은 아니지만 산모의 분만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인간 진통제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둘라를 고용할 경우 자연분만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신생아 케어나 모유수유 등 출산 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집안 살림까지 다 해주는 한국 산후관리사와는 그 역할이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사는 곳에도 2군데의 둘라 에이전시(?)가 있는데 오픈 하우스를 열어 산모들을 초청하고 본인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분만 중 의료인 외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이 나는 조금 생소해서 별도로 고용을 하지는 않았다. 왠지 나는 한국식 생각이 강해서 진통은 의료진과 함께, 특별한 케어는 아기낳고나서라는 생각이 강하달까 ^^? 그리고 어차피 제왕절개 해서 큰 의미가 없었을 것 같다 ㅠㅠ




음식, 집안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남편도 밤중 수유를 도와주기는 했지만 처음 퇴원하고 집에 와서 오롯에 아기를 돌보아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커서인지 잠을 잘 못잤다. 병원 생활부터 시작하면 거의 2주를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면서 24시간 신생아를 돌본 셈. 과로에 탈수 증상이 와서 병원 신세를 져야했고... 모유수유 초기에 찾아오는 젖몸살은 나를 거의 혼절 상태로 만들어주었다. 미역국을 먹건, 피자를 먹건... 샤워를 하건 안하건... 산모는 무조건 푹 쉬어야 회복도 되고 모유도 잘 나온다! 이것만이 절대 진리!


※ 한국 여성 및 한국 산후관리 문화 비방 댓글은 모두 삭제합니다.

  1. Monica 2018.05.23 19:35 신고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