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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 일기] 집안일

인터넷 뉴스로 한국의 추석 소식을 들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주말, 문득 명절 모임으로 고생하셨을 어른들이 생각났다. 남편의 집안은 차례나 제사가 없어서 명절이 매우 간소한 편이다. 아버님 형제분들이 한 집씩 돌아가면서 모임을 준비하는데, 보통 큰 펜션을 하나 잡아 다 같이 1박을 하고 헤어진다. 이 중 1~2끼는 사 먹기 때문에 다른 집의 명절에 비하면 음식이나 여러 절차가 단순하다. 하지만 아무리 단순하다고 해도 수십 명 대식구가 모이는 자리이니 설거지를 해도 산더미고 과일을 깎아도 한 박스이다. 




"이번 명절에도 숙모님들이 그 많은 설거지 한다고 고생하셨겠네. 내가 맨 막내인데 미국에 나와있고 말이야."


내가 말을 꺼내자 남편이 히죽 웃는다.


"그렇네. 그러고 보니 졸업하고 한국 가면 자기 이제 명절에 설거지해야 되네."


미국에 온 뒤, 식기세척기 팡팡 돌리느라 설거지 한번 안 하고 사는 마누라가 한국에 가면 꼼짝없이 서서 설거지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매우 즐거운 모양이었다.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뭐 5년 동안 못 갔으니까. 졸업하고 한국 가면 자기가 5년 동안 못한 설거지 실컷 해드리면 되겠다."


내 말을 듣자 남편은 잠시 동공이 흔들렸다. 본인이 설거지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조금 당황한 듯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남편은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럼 우리 펜션 갈 때, 포터블 식기세척기 가져가자."


"어이구, 식기세척기로 그 식구들 먹은 거 설거지하려면 잠 안 자고 밤새서 돌려야 돼."

남편의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에 일침을 가하며 대화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내심 한국에서도 이렇게 미국에서처럼 몸 편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한국에서도 집안일에 큰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는 더욱더 이전보다 신간 편하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게 된 일일까?



1. 걸레질이 필요 없는 카펫 바닥


미국의 저렴한 아파트는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있다. (물론, 신축이나 비싼 아파트는 마루이다.) 한국사람들은 위생이나 기관지 건강 때문에 카펫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카펫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카펫의 유일한 장점은 바로 걸레질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편을 시켜 청소기를 미는 것이 바닥 청소의 전부이다. 물론 카펫 샴푸라고 해서 연례행사 격으로 카펫을 비누 거품 내어 빨듯이 청소하는 것이 있는데... 한국처럼 매일 스팀청소기 밀거나 걸레질하는 것보다는 편하다. 또한 먼지가 잘 안 보이고 카펫 특성상 먼지가 뭉쳐 굴러다니지 않기 때문에 청소를 게을리해도 표시가 안 난다는 장점(?)이 있다.



2. 거품 솔질이 필요 없는 화장실


한국은 화장실이 타일로 되어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거품을 내어 솔로 바닥을 문지른다. 하지만 미국은 대개의 아파트 바닥이 놀랍게도 장판으로 되어있다. (이것도 조금 비싼 아파트부터는 타일로 되어있다.) 더군다나 건식이라 거품을 내어 닦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는 더욱더 이전보다 신간 편하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게 된 일일까?


카펫의 유일한 장점은 바로 걸레질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편을 시켜 청소기를 미는 것이 바닥 청소의 전부이다. 물론 카펫 샴푸라고 해서 연례행사 격으로 카펫을 비누 거품 내어 빨듯이 청소하는 것이 있는데... 한국처럼 매일 스팀청소기 밀거나 걸레질하는 것보다는 편하다. 또한 먼지가 잘 안 보이고 카펫 특성상 먼지가 뭉쳐 굴러다니지 않기 때문에 청소를 게을리해도 표시가 안 난다는 장점(?)이 있다.



2. 거품 솔질이 필요 없는 화장실


한국은 화장실이 타일로 되어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거품을 내어 솔로 바닥을 문지른다. 하지만 미국은 대개의 아파트 바닥이 놀랍게도 장판으로 되어있다. (이것도 조금 비싼 아파트부터는 타일로 되어있다.) 더군다나 건식이라 거품을 내어 닦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는 더욱더 이전보다 신간 편하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게 된 일일까?


이런 청소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바로 이 청소용 물티슈이다. 물티슈에 비누가 묻어있어 때가 잘 지고 살균까지 해주니 만능 청소꾼이다. 먼지를 닦은 후, 걸레를 빠는 노고까지 덜어주니 효자 상품이다. 



3. 1시간 만에 빨래를 말려주는 건조기


미국은 무조건 세탁기와 건조기가 함께 설치가 되어있다. 빨래를 한국처럼 건조대에 널어서 말리는 문화가 아니라, 건조기에 넣고 말리는 문화이기 때문에 건조기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미국의 아파트는 빨래를 널 만한 베란다도 애초에 없으니까.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서 어색했지만 조금 써보면 이 건조기가 얼마나 편리한 물건인지 알게 된다.



먼저 날씨에 관계없이 빨래를 할 수 있고, 빨래하고 1시간 안에 옷을 입거나 이불을 덮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놀라운 점이다. 하지만 제일 큰 장점은 바로 빨래를 하나씩 탁탁 털어서 건조대에 널고 다 마르면 이 빨래를 다시 하나하나 걷는 노동이 생략된다는 점이다. 남편이 시간을 맞추어 지하 세탁실에서 빨래를 돌려오면 나는 개기만 하면 된다. 


아기 재우고 밀린 집안일을 하는 저녁시간



4. 식기세척기


사실 건조기와 식기세척기는 모두 한국에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활용 정도가 미국과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미국에는 수시로 식기세척기 용 세재 광고가 나올 만큼 한국에 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자주 식기세척기를 사용한다. 내가 사는 주는 수도세가 무료이고, 미국은 전기세에 징벌적 누진제도가 없다. 그래서 나도 식기세척기를 큰 부담 없이 매번 돌린다. 한국에 있었으면 전기세 걱정에 별로 못 돌렸을 것 같다.



5. 싱크대에서 바로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주방 살림 중 가장 부지런해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일 것이다. 베란다 한편에 음식물쓰레기를 모아두는 통이나 종량제 봉투를 두고 모아두었다가 냄새가 나기 전 재깍재깍 버려야 한다. 설거지하면서 수채 망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남게 되고 이것들 역시 음식물 쓰레기로 모아둔다. 요리하거나 설거지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모으고 버리는 게 큰 일이다.



미국은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없어서 그냥 아무 봉투에나 쓰레기를 모아 버리면 되고,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분리할 필요가 없다. 모든 가정의 싱크대에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가 설치되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기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위에 써놓은 모든 번거로운 절차가 한 번에 해결된다. (한국의 경우, 하수관이 막힐 수가 있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분쇄기 설치가 불법이다.) 물론 나는 환경을 사랑하기 때문에 수질오염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되도록이면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모았다가 쓰레기로 버리고, 설거지하며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만 갈아서 처리한다. 매일 저녁 조금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기는 하지만 아무 봉투에나 담아서 버려도 되고, 이것저것 다른 쓰레기와 섞여도 무관하니 너무나도 편리한 삶이다.




물론 한국에 비해서 몸이 좀 더 고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콩나물 한 봉지나 콜라 한 캔 사려면 1시간을 잡아 움직여야 한다 던지나 남편이 도시락까지 싸서 다니는 삼식이가 되었다든지 말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아파트가 아니라 영화에서 보는 싱글하우스에 산다면 잔디도 깎아야지, 페인트칠도 해야지, 수리도 해야지 집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까 집안일이 단순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미국 내에서 사는 나의 생활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까 언젠가는 꼭 마루가 넓게 깔린 집에서 잔디 깎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