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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 일기] 남편은 미용사

아기를 낳고 100일 정도 되었을 때부터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기 시작했다. 원래 이맘 때쯤 머리가 빠진다고 들었던 터라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이제야 몸의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마음이 심란해졌던 것은 3~4개월 후, 빠졌던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면서였다. 휑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 머리띠를 하고 있었는데, 이 머리띠 앞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잔머리들. 잔디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삐죽삐죽한 잔머리를 감추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파마를 하면 좋은데, 소문이 좋은 한인 미용실까지는 운전해서 3시간 정도 가야하고, 머리를 하는 동안 남편이 아기를 봐야한다. 모든 불편함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가격도 비싸다. 내 머리 길이를 감안하면 400불은 줘야할텐데... 더이상 버틸 수는 없고... 갈등의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머리를 번뜩 스치고 간 홈 파마! 친정 엄마가 교회에서 미용을 배워 라오스나 몽골 등에 가서 파마를 해주는 봉사를 했었다. 가끔 (엄마가 심심한데 컨디션이 매우 좋은 때) 집에서도 엄마가 내 파마를 해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일반 꼬불꼬불 파마야 말기만 하면되니 우리집의 무료 일꾼, 남편을 시키기로 한다.



재료는 모두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시작이 비루했던 홈 헤어살롱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장비가 업데이트 된다. 숱가위까지 아마존에서 주문하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녹차와 잡지, 안락한 의자는 없지만, 대신 무한도전 재방송보면서 딱딱한 식탁 의자에 앉아 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낀다. 이날의 주문은 기장을 3~5cm 잘라주고, 숱가위로 숱을 좀 쳐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마를 해달라고 했다. 디자이너는 사전에 유튜브를 보며 30분 정도, 학습의 시간을 가졌다.



아기가 잠든 저녁 8시가 영업시간. 파마약에 들어있는 설명서대로 파마가 시작되었다. 홈 헤어살롱 디자이너는 속도가 매우 느린 반면, 손끝이 야무지지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머리를 말다보면 종종머리가 뽑힐 것 같은 통증이 있기도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차분히 앉아있는다. 작업에 지친 디자이너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시간에 맞춰 샴푸를 하고, 머리를 헹구고, 말리고, 뒷정리하는 것은 손님의 몫이다.



파마 로뜨가 가정용으로 쉽게 말기 편하게 나온 제품이라 뿌리 끝까지 쫑쫑하게 말리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제법 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할 때마다 결과가 좋으니 디자이너의 자신감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디자이너님, 3개월 후에 또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