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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일기] 아내는 이발사

미국에 와서 첫 1년 정도는 남편이 미용실에서 커트를 했다. 남성 커트 가격은 한국의 블루클럽 같은 저렴한 체인점을 갈 경우, 2-3만원 정도 지불하게 된다. (기본 커트값 $18 + 세금 + 미용사 팁) 물론, 한국에 비해서는 비싸긴 하지만 여성 헤어의 경우 파마 한번 하는데 30만원씩 줘야하니 그에 비하면 매우 합리적인 서비스인 셈.



하지만 가뜩이나 스몰토크 많은 미국인이 미용사라고 생각해보면... 머리 자르는 20분 내내 쉴새없는 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지사.


빈틈없는 스몰토크 공격에 커트 한번 받고 오면 남편은 너무 힘들어했다.



그래서 남편이 나의 동의없이 중고로 구입해온 바리깡 세트.




남편은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데 머리를 잘못 자르면 곤역일꺼란 걱정이 앞서, 다른데 돈을 아끼더라도 머리는 미용실 가서 제대로 자르고 오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미용실에 가서 이것저것 영어로 설명하기도 귀찮고 하니 집에서 편하게 잘랐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피력했다. 머리를 자르는 시간 만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다나...




홈 헤어살롱을 처음으로 오픈하던 날, 나는 낮에 미리 유튜브 영상을 보며 머릿속으로 어떻게 머리를 자를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저녁을 먹고 그날 밤 남편을 거실에 앉혀두고 정말 신중하고 집중해서 이발기를 밀었다. 무려 2시간이 걸렸던 첫 커트. 이 정도 시간이 걸리면 미용실 갔다 오는 게 낫지 않나 싶었지만 이왕 시작한 거 계속하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이후로 2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남편의 머리를 잘랐다. 이제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어 40분이면 커트 완성!! 


이것저것 장비가 늘면서 효율성이 높아져간다. 이제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투 블록으로 보다 세련되게 자르면 어떨까 스타일의 변화도 꿈꿔본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제 나의 홈 헤어살롱에는 단골 고객이 1명 더 늘었다. 보다 나은 실력으로 고객의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지.



글 : 망고댁

그림 : 정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