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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일기] 유학생의 영수증

내가 살고 있는 유학생 와이프로서의 생활을 쓰다 보니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로 내가 글을 쓰면서 '돈이 없으니까', '돈을 절약하려고'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인 주제인 미국이라던지 유학이라는 단어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 "돈"! 오늘은 그 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오늘 공개하는 유학생 가계부는 아주 대략적인 금액을 잡은 것으로 지난 3년 동안 엑셀에 잘 정리해놓았던 가계부를 평균 내어 1달 동안의 지출입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 집의 주요 수입은 남편이 학교로부터 받는 월급이다. 박사 학생의 경우, RA(Research Assistant)/TA(Teaching Assistant)/PA(Project Assistant)를 통해 학교에서 일을 하고 학비를 면제받고 소정의 생활비를 받게 된다. 그리고 학교의 근로자가 되기 때문에 교직원에게 제공되는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혜택이다. 


우리 부부는 남편의 RA를 통해 학비를 면제받고, 좋은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고, 또 아주 최소한의 생활비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남편의 월급은 세금과 보험료를 제외하고 나면 한국돈으로 200만 원 정도 된다. 단순히 금액만 놓고 보면, 또 의료보험 여부만 보만 한국의 박사나 포닥 생활을 하는 경우에 비하면 형편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훨씬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배우자인 나는 F-2 비자 소지자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남편이 공부를 하고, 부인이 일을 하는 한국의 학생 부부와 다르게 전적으로 남편이 학교에서 받는 돈에 생활을 의지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남편이 학교에서 받는 돈은 1명이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이므로 이걸 2~3명의 가족이 나눠 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입]

월급 : $2,000 


[지출] 

세금 : $150 (아기 태어나기 전. 아기가 태어나고 미국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족건강보험 : $110

월세 : $1,000 (매년 최소 3%씩 인상)

공과금 : $110

차량 유지비 : $250 (보험, 수리비 등)

학생회비 : $120 (학비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별도로 납부)

식비 및 생활용품 : $600


아주 기본적으로 매달 나가는 비용만 정리해보았다. 물론, 여기에는 노트북이나 밥솥같이 비정기적으로 나가는 각종 가전제품이나 살림살이 구입비, 아팠을 때 병원에 가는 비용, 안경을 바꾸거나 미용실에 가는 비용은 모두 뺀 내용들이다. 또한 2인 가족 기준으로 적은 것이고, 아기에게 들어가는 아기 옷, 기저귀, 각종 장난감 등 가격은 모두 제외했다. 이렇게 아기가 없고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추가 지출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고 숨만 쉬고 산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매달 $200 은 적자인셈이다.



사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월세이다. 월세 $900을 내고 있는데 이건 정말이지 매우 초 저렴한 집이다. 우리가 다행히도 달려도 달려도 옥수수밭밖에 나오지 않는 미국의 중부 한가운데 살기 때문에 가능한 렌트 값이다. 동부나 서부에서 산다면 2~3배는 더 줘야 할 것이다. 그 외에 각종 세금이나 주차비 같은 것도 비교적 저렴해서 생활비에 대한 압박이 적다.




그럼 과연 저 월급으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1. 부모님의 지원


많은 경우, 한국의 부모님께 소정의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몇 십만 원 씩이라도 다달이 지원을 받으면 가끔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하고, 가끔 미용실을 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절실하다.



2. 와이프의 아르바이트


F-2 비자 소지자는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소셜 넘버도 안 나오고, 일어날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누가 신고라도 하면 미국에서 강제 출국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돈이 없으면 손가락 빨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는 곳은 한인이 별로 없어서 한인 식당 같은 곳에서 캐시 잡 하는 와이프는 없다. 하지만 집에서 구매대행일을 하거나 베이비시터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아기를 낳고 옆 건물에 사는 한 포닥 와이프가 2달 정도 집안일을 해주러 왔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중간에 나와서 일도 하면 삶에 활력도 생기고, 또 현금으로 돈을 받으니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미국 엄마는 주변 친구들이 요청하면 반나절씩 집에서 아기를 봐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 사는 한 멕시코인 포닥 부인은 집에서 베이비싯을 한다. 여자아이 한 명을 하루 종일 봐주고 하루에 $100을 받는다. 한 달이면 무려 $2,000을 버는 것인데 이 부인은 일을 하는 목적은 단순히 반찬값 버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집 마련.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고, 멕시코는 물가가 저렴하다. 그렇기 때문에 1~2년만 이렇게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멕시코에서 집을 구입할 수 있단다. 이런 빅 픽쳐를 그리는 와이프도 있다.



3. 지출을 더욱 줄이기


위에 적은 가계부에서 고정비를 더욱 줄이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만나본 분 중에는 없었지만 몇 유학생 와이프분들이 본인의 블로그에 쓴 글을 보았다. 바로 의료보험을 가족보험이 아니라 남편만 들어주는 싱글 보험으로 드는 것이다. 그럼 보험료가 반값이 채 안된다. 자녀가 미국 시민권인 경우, 메디케이드를 받으면 되고 부인은 그냥 보험 없이 사는 것이다. 이건 정말 너무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만났던 한 아기 엄마는 천기저귀를 썼다. 공용세탁실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아기의 기저귀를 빤다고 했다. 나도 기저귀 값을 아껴볼 요량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았었는데 초기 비용도 많이 들고, 노동력도 꼬박꼬박 들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매달 마이너스 100만 원인데, 기저귀 값 몇 만 원 더 나간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몸이라도 편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생활비 부분에서 거의 자포자기 수준이다. 



나는 4번째 유형인 '모아놓은 돈에서 야금야금 빼어 쓰기' 쪽이다. 미국에 오기 전 모아놓았던 알량한 저축액을 곶감 빼먹듯 요긴하게 쓰며 버티는 중이다.



아카데믹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같은 고민을 할 것 같다. 내가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경제적인 보상은 따르지 않는다. 그냥 석사만 하고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가 해외 박사 마치고 포닥하고 돌고 돌아 교수가 된 나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번다. 또한 교수가 된다는 보장을 누가 해줄 것인가? 단순히 돈만 생각하면 선택할 수 없는 유학 생활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곳에서 매우 행복한 현재를 살고 있다. 매일 저녁 6시에는 남편과 오붓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계절마다 시간을 내어 오래된 중고차를 끌고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비교적 유동적으로 남편이 시간을 쓸 수 있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의 많은 순간들을 남편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큰 행복이다.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추억을 매일 만드는 중이다. 


멘탈관리! 허리띠 조이기! 긍정적 마인드! 화이팅!

  • 비자 문제 검색하다가 우연히 글을 봤어요. 저도 약간의 상황은 다르지만 정말 요즘 100% 이 글의 내용을 되내이고 생각하고 사는 포틀랜드의 와이프 입니다. 마지막 콩클루젼, 너무너무 와닿네요. 조금 힘들어도 유동적인 삶에 매일 저녁밥상에 힘을 내는. 저는 한달 식비,생활비 $400 에 맞추네요.. 대신 아이대신 강아지 한마리 있구요. 남편분 졸업할때까지 조금만 더 힘내세요>.<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