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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일기] 중고나라 살림장만

미국에 처음 와서 초기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대개 한국에서는 잘 이용하지 않던 중고 거래를 자주 하게 된다. 아무래도 중고로 살림을 사면 초반 정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소파, 침대와 같은 가구부터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의 전자제품, 각종 쓰던 그릇이나 냄비 등 여러 살림을 중고로 많이 구입한다. 대개 짧으면 1년, 길어야 4년 정도 되는 유학 기간이기 때문에 중고로 물건들을 장만하여 버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트는 각 지역의 한인학생회 사이트에서 이루어진다. 보통 학기 말이 되면 한인학생회 사이트에는 무빙 세일 리스트가 올라온다. 한인학생회 외에도 지역의 크레그 리스트(Craiglis) 사이트나 학교 아파트 내 게시판에도 여러 중고 물건들이 올라온다. 여러 루트를 잘 활용하면 필요한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것뿐 아니라, 요긴한 생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대개는 책상 50불, 매트릭스 20불, 의자 10불과 같이 언뜻 보기에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가격으로 가구들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 미국에 들어오기 전, 내가 살 도시의 한인학생회 사이트에 들락날락 거리며 사람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았었다. 사람들이 가구를 파는 가격을 대충 계산해보니 몇 십만 원만 있으면 집에 필요한 가구를 다 들여놓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옷가지만 챙겨 미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 도착해 몇 번 저렴한 가격의 중고 물건을 구입해보니 이런 가격의 물건들은 살림이라기보다는 쓰레기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부분 이런 걸 돈 받고 팔아도 되나 싶은 수준의 물건들이었다. 


차가 없던 시절, 우리 집까지 친절하게 배달까지 해주었던 유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들에게 샀던 물건들은 대강 이러했다. 전선줄이 다 낡아 피복이 벗겨져있던 청소기, 내솥에 흠집이 심하고 코팅도 살짝 벗겨진 전기밥솥, 주먹만 한 크기로 한쪽이 푹 꺼져있던 소파, 아무리 빨아도 미끈한 참기름 때가 빠지지 않는 김밥말이 발, 열쇠를 끼워야 다리가 펴지는 교자상 등. 아무래도 유학생들이 쓰던 살림살이다 보니 제대로 갖춰놓고 사는 살림집 물건들과는 달랐다.


몇 번의 실패 후, 우리 부부는 나름 저렴하게 살림을 장만하는 요령이 생겼다. 먼저, 꼭 필요한 가구는 이케아(IKEA) 등 조립가구를 사고 직접 조립을 했다. 중고 물건을 살 때에는 책장 10불 이렇게 파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싸더라도 모델명과 제품의 상태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물건만 구입했다. 싸구려 물건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좋은 품질의 물건 한 개를 사는 것이 더 절약하는 것이라는 진리는 미국에서도 동일했다. 


내 또래의 와이프들은 잠시 머무는 유학생활 중이지만 대부분 제대로 살림을 장만해서 사는 분위기이다. 고급 가구는 장만하지 못하지만 근처(편도 3시간 거리) 이케아에서 가구를 장만해 학생 아파트를 신혼집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미며 산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잠깐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큰 신경을 안 쓰는 부류도 있다. 아주 최소한의 살림만 두어 집이 텅 빈 것 같거나 오만 중고 물건을 다 갖다 두어 도깨비 시장 같이 정신 사나운 집도 있다. 우리 집은 알록달록한 아기의 장난감들로 그 어떤 집보다도 현란스럽고 복잡스럽다ㅋㅋㅋ 


같은 구조의 집인데 저마다 다르게 꾸미고 사는 모습도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