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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베짱 여행/Asia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흔한 동남아 신혼여행을 자유여행으로 떠난 우리│코타키나발루

* 여행은 2012년에 떠난 이야기로, 현재의 현지 사정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혼식과 함께 준비해야하는 신혼여행. 직장 다니랴, 청첩장 가지고 인사다니랴, 살 집도 어느 정도 꾸려놔하지... 결혼식을 하기 3개월 정도는 참 정신이 없었다. 신혼여행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하나라도 수월하게 준비할까 싶었지만, 신랑이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총각시절, 신랑은 일본, 베트남, 필리핀을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왔었다. 원체 쇼핑에는 관심이 없고, 해외에서 굳이 한식을 찾는 이유를 모르겠고, 여유있게 하나하나 둘러보고픈 본인과는 패키지 여행이 도저히 맞지 않았단다. 어찌하겠는가.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다시 알뜰하게 쪼개서 자유 여행을 준비하는 수밖에.


사실 신랑은 우리의 신혼여행지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이미 혼자 결정한 상태였다. 왕복 거리와 물가 등을 고려하고, 이중 본인이 아직까지 한번도 여행한 적이 없는데, 여행을 가고 싶은 국가를 선택한 결과였다. 덤으로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자유여행으로 준비해서 떠나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무슨 유럽도 아니고 동남아를 자유여행으로 가나 싶고 막막했다.



다행히 말레이시아가 워낙 치안이 좋은 국가이고, 간단한 영어는 어디서든 통하기 때문에 둘이서 일주일동안 이곳저곳 다닐 수 있었다. 이슬람 국가이기에 밤에는 좀 심심할 수 있지만, 온종일 투어로 몸이 지쳐 저녁에는 금방 곯아 떨어졌기 때문에, 이곳이 지루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번 여행을 추진한 신랑은 특별히 먹는 부분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다. 야시장에서 오징어 꼬치 구이를 먹고,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국수집을 찾기도 했고, 뜨끈한 똠양꿍에 밥 한그릇까지 뚝딱 말아 먹기도 했다. 물론 시내 호텔 레스토랑이나 리조트에서 매일 분위기도 냈다. 물가가 저렴하여서, 시내의 경우 1~2만원이면 꽤 수준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패키지 여행사에서 선택 관광으로 진행되는 일일투어는 현지 업체를 이용했다. 투어는 보통 중식(애프터눈티)이 포함되었고, 가격은 1인 5만원 정도였다. 시내 호텔에서 투숙하고 있어, 현지 업체에 방문해 예약하는 것이 수월했다. 픽업할 때는 호텔 룸으로 전화가 왔고, 영어를 꽤 잘하는 가이드가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주었다. 스쿠버다이빙 역시 직접 사무소에 찾아가 예약을 했다. 강사 1명이 우리 부부를 전담으로 맡아 기초 강의부터 끝까지 도와주어 참 만족스러웠다.


여행내내 시내 호텔에 머물며, 키나발루산 트래킹이니 스쿠버다이빙이니 맛집이니 쏘다니다, 명색이 신혼여행인데 싶어 마지막 이틀은 리조트에서 보냈다. 요즘 신혼여행 상품에 스냅사진이 포함되는 것 같다. 우리야 둘 뿐이니 리조트에서 머무는 동안 둘이서 스냅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 화관과 하얀 미니드레스를 준비해갔다. 사진을 찍고, 수영을 하고, 부페를 먹으며 진정한 신혼여행 분위기를 내게 되었다. 그렇게 몇 끼를 연속으로 부페 먹다가 결국 둘이 체한건 안비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한 지인이 본인도 몇 해전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왔다고 하며 물었다. '너도 원숭이, 반딧불 투어했니?' 그렇다고 하자, '거긴 어쩜 몇 년이 지나도 똑같냐'했다. 사실 그 투어가 코타키나발루의 대표 상품이기는 하다. 하지만 속으로 그것 말고도 즐길거리 많고, 먹을 것도 엄청 많은 곳이예요 라고 생각했다. 보통 여행사의 상품은 3박 5일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가장 유명한 것만 추려서 볼 수밖에 없고, 마치 그것이 여행지의 전부라고 생각되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일정을 여유있게 잡아보면, 조금만 더 내가 현지에서 직접 부딪혀보면 같은 곳이라도 훨씬 다른 여행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여행이 여행사의 상품보다 비용이 많이 저렴했던 것도 아니었고, 체류기간도 길어 오히려 경제적, 시간적으로는 비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신혼여행 이후, 언제나 자유여행만을 고집하는 우리 부부이니 내가 직접 계획하는 여행의 즐거움이 참 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