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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임신.출산.육아 in 미국

여덟번째 원더윅스, 55주차 고비를 넘기다!


일곱번째 원더윅스가 끝나고 아주 행복한 6주의 시간을 보냈다. 아기는 본격적으로 기기 시작했고, 집안을 탐험하느라 엄마에게 메달리지도 않고 혼자서 잘 놀았다. 브로콜리소고기죽이나 미역죽을 끓여서 주면 이유식도 어찌나 잘먹던지...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평화의 시기가 지나고... 다시 아이는 밥을 잘 안먹기 시작했고, 낮잠을 안자기 시작했다. 그러다 절정에 달았을 때는 나와 1M 이상 떨어지는 것을 거부했다. 항상 옆에 있기를 원했고 딱히 뭘 해주지는 않았지만 아기가 장난감을 노는 동안 하루종일 옆에 누워있으며 시간을 보냈다. 혼자 놀다가도 내게로 다가와 얼굴을 꼬집거나, 안경을 낚아채서 도망가거나 하기 때문에 맘편히 누워있었던 것도 아니고, 핸드폰이라도 잠깐 하려고 하면 잽싸게 기어와서 핸드폰도 뺏어버려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허송세월 애한테 묶여 시간을 보냈다.



러닝홈이라도 있어서 버텼던 지난 보름!


여덟번째 원더윅스는 길기도 했다. 보름 동안 지속되었다. 정말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나중에는 그냥 애기가 자면 일찍 잠을 잤고 (잠이라도 푹 자야 덜 우울할 것 같아서), 밥은 트레이더죠나 코스트코에서 냉동식품 잔뜩 사다가 하나씩 데워 먹었다.



우리집 식탁의 구세주, 트레이더 조! 오렌지 치킨, 브로콜리 비프, 쿵파오 치킨 등 잔뜩 사서 저녁 메뉴로 하나씩 먹었다. 먹다가 물리는 감이 있긴 하지만 동네에 H마트가 없다보니 냉동 중국요리라도 감지덕지다!




여덟번째 원더윅스는 아기의 예정일로부터 꼭 1년이 될 때, 나타난다. 아이에 따라 1주 정도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다. 스노기는 아직 생일이 안지났지만 41주 완숙아였어서 원래 예정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딱! 맞는다!


여덟번째 원더윅스는 아이가 영아에서 유아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보다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는 시간.


원더윅스 (정신도약) 시기 동안 아기는 매우 퇴행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기간에도 많은 발달을 보였다. 지난 보름 동안, 소리내서 짝짝짝 박수치기 기술을 완성했고, 혼자서 서있기도 10초 정도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일곱번째 원더윅스 46주차는 일의 sequence를 배우는 시기라면, 여덟번째 원더윅스는 world of programming을 배우는 시기이다. sequence는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난다,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진다와 같이 A라는 행동을 했을 때 B가 반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배우는 것. 그리고 world of programming은 A라는 행동이 B라는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배우는 시기이다. 예를 들어,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놓으면 설거지를 한다와 같은 식이다. 또한 물건을 통에서 꺼내는 것만 할 줄 알고, 쌓아놓은 블럭을 무너뜨리는 것만 할줄 알던 아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도 할 수 있게 된다. 정리정돈까지의 큰 기대는 하지 못하지만 장난감을 한 두개 정도는 통에 다시 집어 넣을 수도 있다. 통에서 과자를 꺼내어 먹다가 아주 가끔 떨어진 과자 한두개 집어서 넣기도 한다!


스노기는 안경을 뺏어서 본인 얼굴에 씌우는 행동을 했다. 물론 안경을 쓰지는 못해서 내가 씌워주면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장난감 통에 장난감을 한두개 정도 다시 집어넣어보이기도 했다. 내가 노트에 뭐라도 적으려고 하면 냉큼 노트와 펜을 뺏어서 펜을 가지고 적는 듯한 시늉도 내고... 하루하루 발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2~3주 있으면 좋아질테니까 하는 희망으로 긴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아기가 내 얼굴을 엄청나게 세게 꼬집고나서 안경 낚아채서 도망을 갔다.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세워서 잡아서 안경 다시 뺐어서 보니까 안경 테가 다 휘어있었다. 정신적인 한계에 이미 있는 상태에서 정말 너무 화가 났다. 너무 화가 나서 입을 꾹 다문채 창틀 청소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내가 화가난 것을 눈치챘는지, 아기도 20분 정도 혼자서 장난감 가지고 조용히 놀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곧 내가 청소하는 물티슈를 뽑으며 놀고, 내 다리에 매달리며 할퀴고... 다시 돌면해버렸지만 말이다.


애가 안먹으면 안먹는대로, 낮잠을 안자면 안자는대로... 자포자기하듯이 버텼던 시간 ㅠㅠ 언제나 냉동식품으로 식사를 하고, 멘탈이 너덜너덜해졌던 시간. 이제 당분간은 해피 베이비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오예!


원더윅스라는 개념을 몰랐다면 이 시간을 어찌 버텼을지 모르겠다. 육아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