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퇴원하는 날이다. 집에가면 등받이 세워지는 침대도 없고, 아기 함께 돌봐줄 간호사들도 없고, 수많은 빨래 다 던져 놓아도 걱정없는 이 병원을 벗어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는데... 마지막 날이 되니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6:00 A.M.

레지던트가 회진을 했다. 내 상태를 보고 오늘 퇴원해도 된다고 말했다. 앗싸!


7:00 A.M.

오전 7시가 되자 새로운 간호사가 왔다. 이 분이랑 퇴원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병원 내 약국이 오후 3시까지 하기 때문에 1시 반까지 퇴원 준비를 하기로 했다. 중간에 아기가 밥을 달라고 하거나 기저귀를 갈아야하거나 좀 길어질 수 있으니까 조금 서둘러서 움직이자고 했고 알았다고 했다. 퇴원하기 전까지 낮잠을 좀 자두라고 했다.


8:00 A.M.

원래대로라면 오늘 우리가 아이의 주치의가 있는 소아과에 첵업을 하러 가야하는데, 나의 퇴원이 늦어지면서 의사가 병원으로 왔다.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아기의 무게. 다행히 아기의 무게는 늘었다! 잘 먹고 잘 자라고 있다는 뜻. 아기의 무게가 늘고 있으니 병원에 더 안와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속한 클리닉의 산부인과 당직 의사가 와서 퇴원 안내를 해주었다. 산후우울증 Baby blue에 대한 설명이라던지, 전반적인 산후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유용한 정보가 적힌 안내문 등을 주고 갔다. 


병원 샤워실에는 내가 앉아서 씻을 수 있도록 손잡이도 있고 의자도 있기 때문에 샤워를 한 번 하고 이것저것 짐을 챙겼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물건은 모두 챙겨갈 수 있었다. 오로 패드, 포경수술 부위 용 바셀린 같은 건 더 달라고 했다. 올 때보다 갈 때 짐이 더 늘어났다. 집에서는 이제 차분하게 밥을 못 먹을 것 같아 병원밥을 마지막으로 주문해 챙겨먹었다. 아기는 병원에서 입던 베냇저고리를 벗고, 선물받은 사복을 입혔다. 나도 이제 입원복을 벗고 퇴원할 옷으로 갈아입었다. 배는 여전히 만삭 임산부 만해서 임부복을 입었다. 퇴원 준비에 바빠 낮잠잘 시간이 없었다...


1:30 P.M.

마지막으로 진통제를 먹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먼저 가지고 온 카시트 바구니의 유효기간과 리콜 대상 제품인지 간호사가 확인을 했고, 아기를 안전하게 카시트에 태우는 방법을 배웠다. 남편은 아기 카시트 바구니를 들고, 간호사는 우리의 무지막지한 짐을 카트에 담아 끌고, 나는 나무늘보 속도로 걸어갔다.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에서 처방받은 진통제와 대변유연제를 받고, 약사의 설명을 들었다. 내가 약을 받는 동안 남편은 차를 가져오고, 간호사는 아기를 봐주었다. 간호사는 자동차에 카시트 베이스가 설치되어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또 약간 눈물이 났다.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자 뭔가 감동적이면서도 두렵기도 한 시간이었다.



퇴원 1주일 후, 간호사들의 축하 메세지가 담긴 카드가 왔다. 너무 많은 간호사들을 만나 누가 누군지 헷갈리지만 낯익은 이름들이 적혀있다. 병원 비용이 사악해서 그렇지 참 배려가 많은 병원이었다 ^^

  1. 아이린 2017.05.10 22:23 신고

    어쩌다가 들어와서 읽게됐네요 축하합니다 일년정도는 육아지옥이라서 거의 유령처럼 살게되요 전 캐나다교포인데 한국남편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있어요 저도 캐나다에서 출산했다면 님같았겠죠... 힘내세요~ 이쁜 아가야보구 우울해지지 마시고... ^^

    • 망고댁 2017.05.11 02:49 신고

      앞으로 1년이 참 걱정되네요 ㅠ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2. 짱구어멈 2017.05.11 14:19 신고

    이런거보면. 미국이. 선진국이란걸. 확실히느껴요. 카시트확인부터. 꼼꼼하게하는거며. 배울점인거같아요.

  3. 민서마미 2017.05.12 01:13 신고

    저도 우연히 글 읽고 댓글써요~ 미국에서의 출산..한국과 차이를 생생하게 알게됐네요. 저도 14개월 아들 엄마거든요.주변 분들 말처럼 1년고생하면 좀 나아진단 말이 와닿아요. 친정엄마도 멀리계시고 힘드실텐데 이쁜 아기보시고 힘내세요 ^^
    님 글보며 제 일년전을 떠올리게 되네요 ^^

  4. Ninoyam 2017.05.12 23:33 신고

    카카오 채널에서 보고 왔는데 출산기 보고 혼자 상상하고 눈물도 나고 그랬네요:) 남편 공부 때문에 결혼 후 캐나다에 온지 일년째이고 여기서 출산도 할 예정인데 출산 시스템이 한국이랑 많이 다르다고 해서 걱정중이었거든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고 , 예쁜 아가랑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5. 소심이 2017.05.12 23:58 신고

    100일된 아이 키우는 엄마인데 쭉 글보니 너무 힘드셨겠어요 아이 낳고 키우기가 보통일이 아닌데...힘내세요!
    특히 병원에서 의사 레지던트 간호사 모두 배 눌러보고 간다는 글에 크읏! 제 배도 의사 간호사가 수시로 누르고 확인하고. 엄청 아팠던 기억나네요

    • 망고댁 2017.05.13 01:12 신고

      덕분에 빠르게 회복했다고 생각하려구요 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