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의 경우, 아기를 출산한 날 밤을 포함하여 3박을 병원에서 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원래 같으면 둘째날 포경수술하고 퇴원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은 1박을 더 커버해준다고 해서 4박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나는 또 몸에 이상이 생겨서 1박을 더 하게 되었다.


셋째날에는 늘 다를바없는 병원생활이 계속되었다.


1:00 A.M

내 소변양을 체크해 달라고 변기에 소변양을 체크할 수 있는 통을 꽂아놓고 갔다. 이날 밤, 2번의 소변양을 기억해놓았다가 간호사에게 알려줌.


6:00 A.M.

레지던트의 방문. 항상 수술부위를 살펴보고 자궁 꾹꾹 눌러주고 갔다.


7:00 A.M

산부인과 의사 방문. 내 제왕절개 수술을 해준 의사가 방문해 역시나 수술부위 보고, 자궁 꾹꾹 눌러 고통 선사하고 떠남.


8:00 A.M.

소아과 의사 방문. 아기의 포경수술 부위 확인하고 체중 보고 감. 아기 체중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상황. (원래 태어나면 체중이 일시적으로 준다. 퇴원 후, 2일 후 소아과를 방문해 체중이 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함.)


6:00 P.M.

아기가 하루종일 똥을 안싸서 남편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담당 간호사가 아기를 데리고 다리 마사지도 해주고, 항문에 자극도 주었지만 여전히 소용이 없었다. 


예정대로라면 퇴원하기 바로 전날이었어서 이날 지인들이 병원에 방문해주었다 ^^ 비록 짧은 시간 머물다 갔지만 아기는 걱정과 달리 얌전히 있어주었고 위로도 받고 선물도 받고~ 즐거웠다.



이날은 모처럼 여유가 있어 밤에 메뉴판에 적힌 셀레브레이팅 Celebrating하고 싶다고 하니 간호사가 대신 주문을 해주었다. 입원 기간 중 1번 신청할 수 있는데 거창한건 아니고, 스파클링 음료와 플라스틱 샴페인 잔, 초콜릿이었다. 병실 한켠에서 대화도 하고 기분전환도 하려고 했지만... 아기는 밥 달라고 빽빽! 음료 한 잔을 차분히 마실 수가 없었다 ㅠㅠ




넷째날에는 정말 밤새 수유하고 크립에 아기 넣고, 울면 꺼내서 수유하고 다시 크립에 아기 넣고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저히 일어나서 아기를 크립에 넣을 수가 없었다. 간호사를 불러서 크립에 아기 좀 넣어달라고 했다. 간호사가 와서 아기를 받아 기저귀를 갈아주고 속싸개를 해주는 동안 몸이 점점 안좋아졌다.


내 상태를 본 간호사가 선심쓰듯이 이야기해줬다. "너 지금 몸이 너무 안좋으니까 아기 신생아실 Nursery Room에 2시간 동안 맡길게. 좀 쉬고 있어." 응? 그런거 있으면 진작에 좀 보내주지... ㅠㅠ


완전 침대에 넉다운되서 헤롱거리고 있으니 2시간이 지났는지 다시 아기 데리고 왔다. "아기 데리고 왔어. 좀 전에 우유 먹였으니까 앞으로 2시간은 너 더 쉴 수 있을거야."하고 나갔다. 아.. 좀 더 데리고 있어주지... ㅠㅠ 우유를 든든히 먹였는지 아기는 잘 잤다.


6:00 A.M.

비몽사몽하던 중, 레지던트가 회진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 모습을 본 레지던트가 왜 어지럽냐 혹시 헤모글로빈이 모자른 것 아니냐 하며 피검사를 해야겠다고 한다.


6:30 A.M.

피를 뽑아갔다. 내 팔뚝은 이미 너덜너덜...


7:00 A.M.

내 산부인과 주치의가 왔다. 몸상태 어떠냐 물었다. 피검사해보니 헤모글로빈 수치에는 문제가 없고, 진통제 부작용같단다. 이 상태로 오늘 퇴원을 할 수 없으니 하루 더 입원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보험회사에서 1박 더하는 것을 승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1박 더 입원할 수 있지만 아기는 퇴원을 해야한단다. 물론, 아기는 나와 함께 병실에 머물수는 있지만, 의료진에게 지금처럼 케어를 받지 못한다. 보험회사에서 1박 더하는 것을 승인할 때까지 병원에서 일단 대기했다.


8:00 A.M.

아기 주치의가 속한 클리닉 소아과 의사가 와서 아기 검사를 했다. 포경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다. 오늘 퇴원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 퇴원 후, 2일 후에 클리닉에서 첵업 받을 수 있도록 날짜를 예약했다. 이날 하는 검사는 아기의 체중을 측정해서, 잘 먹고 자라고 있는지 보는 거라고 했다.


12:00 P.M.

일단 아기는 퇴원 수속을 밟기로 했다. 아기가 퇴원을 하면 이곳 간호사들은 아기를 만질 수 없다. 오롯이 나와 남편이 아기를 케어해야했다. 아기를 달래주고, 모유수유 자세를 잡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던 간호사들의 도움을 못 받으니 좀 더 지쳐갔다.


6:00 P.M.

내 상태를 체크하고 퇴원 여부를 볼 겸 주치의가 왔다. 주치의가 들어오기 조금 전부터 몸 상태가 안좋아지더니 주치의가 왔을 때는 또 완전 눈을 못 뜨고 말도 웅얼웅얼 거리는 수준이 되었다. 주치의는 진통약을 더 줄이라고 구체적으로 간호사에게 지시했다. 나는 정말 눈물이 났다. 지금도 모유수유 할 때마다 자궁이 아파 죽겠는데, 여기서 진통제를 더 줄이면 수유를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 타임에 나를 담당했던 간호사가 참 별로였다. 내가 배 아파서 수유 못한다고 하니까 모유수유를 하면 자궁수축을 돕고, 그래서 통증이 있지만 그만큼 몸이 회복되는 거라고... 아파도 모유수유하라고 입바른 말을 자꾸 반복해서 하는거다. 주치의도 자궁수축으로 오는 통증은 일시적인거고 그걸로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아파도 계속 수유를 하란다. 나는 빨리 회복 안되고 천천히 회복되도 되니까 안아프면 좋겠는데.


8:00 P.M.

이놈의 보험회사는 내 증상이 저절로 좋아져서 1박 안하고 집으로 바로 가겠다고 먼저 우리가 말하기만을 기다리는건지 영 소식이 없었다. 간호사에게 계속 물어봤다. 나 언제 퇴원하냐고. 저녁 먹고 잘 때 되니 1박 더 해도 된다고 승인 받았다고 했다.


11:00 P.M.

드디어 아기가 똥을 쌌다. 남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이후로 2시간마다 똥을 싼다.


아기는 낮밤이 뒤바껴있어 낮에 좀 쉬어서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날 밤도 수유를 하며 밤을 지새웠고, 새벽에는 정말 정신력에 한계가 왔다. 수유하고 크립에 눕히고, 수유하고 눕히고를 무한 반복하다가 아침 6시 쯤, 내 침대에서 지쳐 아기와 나는 잠이 들었다. 7시에 교대근무 시작해서 들어온 간호사는 빨리 아기 크립에 옮기라고 한다 ㅠㅠ 소파에 쭈그려 잠든 남편을 깨워 아기를 서둘러 크립에 눕혔다. 

  1. 뻥순 2017.05.09 14:03 신고

    글 잘보고 있었습니다. 출산 잘 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말도 잘 안통하는 타국에서 두 분 너무 잘 해내셨네요. 비슷한 나이 또래에 저도 미국 거주중이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엄마되신거 축하드려요. ^^*

    • 망고댁 2017.05.11 02:42 신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기가 태어난지 이제 3주차가 되어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