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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 이야기/임신.출산.육아 in 미국

미국 출산이야기 2. 입원 첫째날

내가 출산한 병원은 24시간 모자동실이고, 아기에게 행해지는 모든 검사나 처치는 산모가 머무는 병실에서 이루어진다. 병원 투어 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 했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이 것은 참으로 피곤한 시스템이었다. 산모는 도무지 쉴 수도 없고, 쉴 시간도 없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일으켜 모유수유를 하고, 남편은 기저귀갈고 트림시키고 어르고 달래며 정신없는 병원생활을 하였다. 도대체 수술한 나는 언제 몸을 회복하고 푹 쉬는거지?


3:00 A.M.

모유수유는 3~4시간 단위로 계속 하고 있었고, 새벽 3시 아기가 태변을 보았다. 까만 태변을 이날 밤 9시까지 총 6번 봄.


6:00 A.M.

시니어 레지던트가 나를 찾아왔다. 오늘부터 매일 오전 레지던트가 회진을 한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자 자기가 수술 부위를 보겠다고 한다. 수술 부위를 보고나자, 자궁을 눌러보겠다고 했다. 자궁을 꾹꾹 누르고 나는 '억억' 아프고.. 수술 잘된 것 같다고 하고 갔다.


시니어 레지던트가 말한 일반 레지던트가 회진하러 왔다. 얘도 수술 부위를 보겠단다. 수술 부위를 보고 나자, 이번에는 자기도 자궁을 눌러보겠단다. '헉헉' 배가 죽을 것 같이 아팠다. 수술 잘된 것 같다고 말하고 갔다.


이번에는 간호사가 왔다. 자기도 수술 부위를 보겠단다. 수술 부위를 보고 나자, 얘까지 자궁을 눌러봐야겠단다. 이번에도 절로 '억! 억!' 소리가 났다. 수술 잘된 것 같다고 말하고 갔다.


7:00 A.M.

오전 7시와 저녁 7시를 기준으로 간호사 SHIFT가 바뀐다. 한국인인 나를 배려하여 병원에서 이날 한국 간호사분을 배치해주었다. 산모를 빡쎄게 굴려서 그렇지 은근 배려심이 많은 병원이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출산 6시간 후, 걸어야하니, 나는 지금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야한다고 하셨다. 응? 한국은 제왕절개하면 하루는 가만히 누워있는데...? 싶었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지. 나무늘보와 같은 속도로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걸어가서 오로 패드도 갈고 왔다.


8:00 A.M.

나의 산부인과 주치의가 왔다. 어제 있었던 데이타 봤는데, 아기 위험할 뻔 했다고 수술 잘 결정했고 수술도 잘 되었다며 응원해주었다. 고맙다고 말하자마자 얘도 수술 부위를 보겠다, 자궁을 눌러보겠다 한다. 몇 번을 해도 아프다. '억! 억!'  수술이 잘 된 것 같다고 하고 갔다. 응, 너 아니어도 그거 확인 여러번 했거든?


8:30 A.M.

아기의 소아과 주치의가 방문했다. 너무나도 쾌활한 젊은 여의사인데, 가운도 안입고 붉은 블라우스로 한껏 멋을 내고 왔다. 남편이 영업하러 온 보험회사 직원아니냐고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ㅋㅋ 의사로 안보이지? 아기 주치의야.' 노홍철 같은 성격이랄까.


아기는 주치의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오줌을 쌌다. 진찰하던 의사는 까르르 웃더니 본인이 기저귀 갈아주겠다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청진기로 아기 심장 등을 체크하고 갔다. 



아기의 수유와 기저귀를 기록하라고 해서 열심히 기록했다. 매일 아침 소아과 의사가 방문할 때 보여주었고, 간호사들도 수시로 기록을 체크했다. 해야할 일이 계속 늘어간다...



친정엄마가 하도 출산 직후, 바로 미역국을 먹어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집에서 미역국을 챙겨갔었다. 남편에게 데워달라고 해서 아침으로 미역국을 먹었다. 사실 애낳고 모유수유하면 엄청 많이 잘 먹을 줄 알았는데 별로 입맛이 없었다. 소분해간 미역국이랑 밥 반공기 분량을 한끼씩 먹었다. 어쨌든 모유수유를 해야하니... 틈틈히 우유나 두유를 챙겨먹으려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입맛은 점점 사라졌다.


11:00 A.M.

아기는 첫 목욕을 했다. 남편은 옆에서 지켜보며 어떻게 목욕시키는지 배웠다. 나는 거의 비몽사몽.



1:00 P.M.

다시 한 번더 침대에서 내려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래봤자 침대에서 화장실 수준이었지만, 큰 도전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몸을 보았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출산 전, 만삭의 몸과 똑같은 것이다. 그랬다. 나는 출산하면 배가 쏙 들어갈 줄 알았던 거다... ㅠㅠ


2:00 P.M.

아기의 청력검사가 있었다. 청력검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지, 아기는 매우 예민했고 짜증을 많이 냈다. 짜증내봤자 어쩌겠나. 이상있는지 확인하는게 우선이지.


3:00 P.M.

소변줄을 뺐다. 소변줄을 빼니 자궁 통증이 확 줄었다. 앞으로 화장실을 가려면 침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지만 어쨌든 빼고나니 살 것 같았다. 간호사님의 부축을 받아 복도도 살살 걸어보았다.


4:00 P.M.

아기의 심장박동수 검사를 하고 피검사를 했다. 아기의 발뒤꿈치로 피를 뽑았다. 그리고 B형감염 예방접종 할꺼냐고 물어봐서 하겠다고 했다. 예방접종까지 받음. 그리고 남편이 출생증명서를 신청했다.





병원에서 축하 화분을 보내주었다. 병실 한켠에 놓으니 나름 분위기가 있어 좋았다 ^^


이날은 정말 힘든 하루였는데, 더욱 힘들었던 이유는 이날 밤에 아기가 밤새도록 모유를 먹었다는 것이다. 정말 쉬지 않고 먹었다. 간호사들끼리 우리 애를 보고 "쟤 Marathon Eater야."했는데 그 의미를 지금까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집에와서도 한번에 4시간, 8시간 마라톤으로 맘마를 먹는다 ㅡ,.ㅡ);; 결국 밤을 새고 수유하다 지쳐 그렇게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